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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이야기 2021.12.23~2022.1.5


평창동 이야기 2021

글: 서길헌(조형예술학박사)

평창동의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퀄리아는 지금껏 갤러리 내에서 꾸준히 기획해온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작가들의 다양한 전시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지방 도시 갤러리와의 교류 및 협력전을 지속하여 전개해왔다. 이러한 활동은 올해에도 쉬지 않고 이어져 여름에 열린 고흥 바닷가에 있는 도화헌미술관과의 협력전은 전국의 작가들과 함께 자연의 자리, 미술의 자리라는 주제를 통해 자연 속에서의 미술의 의미와 역할을 더욱 폭넓게 음미해보는 시간이었다. 이 자리는 각각 개별적으로 자신만의 작업을 해오던 여러 지역 작가들끼리의 다양한 어울림과 의견 교환을 통해 많은 의미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나눔의 장이었고, 이를 통해 각각의 작가들이 고립적으로 수행해 오던 미술 활동은 좀 더 밀접한 유대의 마당으로 확장되었다. 또한, 미술이 품고 있는 여러 문제와 가능성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나눔 활동의 연장선에서 매해 연말에 열리는 평창동 이야기 전이 올해 벌써 7회째를 맞고 있다.

문화의 생산과 향유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점점 더 집중화되고 있다. 30여 년 후에는 세계인구의 70%가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유네스코의 전망에는, 이러한 문화의 대도시 집중화 역시 필연적으로 예견된다. 문화는 대도시 내에서도 또다시 특정 문화 벨트 권역을 중심으로 재차 편중화되기도 한다. 그 결과 여기에서 벗어나는 여타 대부분 지역은 고유의 많은 문화적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활기와 정체성을 잃고 소외되기에 이른다. 인체에도 모든 필수 영양소가 몸 전체에 골고루 공급되어야 하듯이 문화 역시 인간의 삶이 영위되는 곳곳에 적절히 안배되어야 모든 지역이 그 힘을 누릴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펜데믹 시대를 통해 지나친 집중의 폐해가 드러난 것은 그나마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평창동 지역은 서울의 중심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산과 계곡의 풍광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도시 주거지역으로써의 특징을 보이는데 그동안 몇몇 대형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이러한 장소적 특색과 공생하는 나름의 활동을 통해 지역의 성가를 높여온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전시 행사가 지역 자체와는 어딘가 유리된 채 더러 찾게 되는 미술가들 만의 자리로 한정되어왔다. 그러나 퀄리아 갤러리는 지역 주민들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된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해옴으로써 지역의 생활과 가까이하는 문화 향유와 소통의 자리로서 지역의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작지만 따스한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더욱이 올해에는 퀄리아 갤러리가 리노베이션을 통해 이제껏 비교적 협소했던 전시 공간을 두 배 이상으로 확장하여 그동안 맡아오던 문화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펼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 더하여 올해에도 열리는 평창동 이야기 2021전은 펜데믹에도 여전히 굴하지 않고 두 번째로 열리는 문화행사로서도 각별한 의미를 띤다.

이 전시는 작가들 사이의 다양한 장르나 매체의 경계를 넘어 서로 나누고 어울리는 자리임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다시 한번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소중한 자리가 되어 줄 것이다. 이처럼 ‘평창동’이라는 지역에서 피어나는 ‘이야기’ 발생의 장으로서 이곳은 마련되는 문화의 다채로운 씨앗들과 더불어 지역의 삶과 맞물려 서로 어울려 새로이 피워내게 될 흥미롭고 인간적인 여러 이야기의 갈래로 몸을 부풀리며 모두에게 더욱더 특별히 다가가는 기억의 자리로서 준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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