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초대전Shin, heeseop Solo Exhibition2026.3.19 THU - 3.31 TUE
- 3월 17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월 26일






신희섭 Shin, heeseop
1998~2005 경원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
2023년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 박사
개인전 10회(서울 ,경기, 뉴욕, 북경 등
그룹전다수
현재 가천대학교 회화과 객원교수
작가노트
회화에서 ‘겹침’은 단순히 물리적인 붓질의 누적이 아니다. 그것은 화면(畫面)이라는 평면 위에 존재의 층위를 쌓아 올리는 형이상학적 사건이며,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현상학적 장치이다. 이번 전시 대표작《중첩된 부분》은 2016-2017-2018-2021-2026년에 걸쳐 축적해 온 일상의 풍경을 ‘중첩’이라는 방법론으로 재구성한다.
화면에서 중첩(重疊,Overlapping)은 앞선 형상이 뒤의 형상을 가리는 행위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가려짐’을 통해 화면에는 무한한 깊이가 발생한다. 특히 한지(韓紙)라는 매체 위에 스며들고 덧칠해진 색층은 가시적인 것(보이는 표면)이 비가시적인 것(보이지 않는 심연)을 품고 있음을 시각화한다.형상을 포개는 행위는 세계와 내가 분리된 채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며 얽혀 있다는 ‘상호신체성’의 구현이다. 투명하고 혹은 불투명하게 겹쳐진 레이어 사이에서 관람객은 대상을 단번에 소유하는 대신, 대상이 발산하는 세계의 울림 속으로 천천히 침잠하게 된다.이는 마르틴 하이데거가 말한 진리의 본질, 즉 은폐와 드러냄이 공존하는 ‘비은폐성(Aletheia)’과 맞닿아 있다. 반투명 색채와 겹겹이 쌓인 붓질 속에서 일상의 형상은 때로는 선명하게, 때로는 희미한 흔적으로 존재하며 우리가 망각했던 ‘존재의 무게’를 회복시킨다.전시는 ‘부분’에 주목한다. 완성된 서사보다는 ‘축적된 과정’에, 전체의 조화보다는 파편화된 기억의 층위에 집중한다. 그리고 "부분은 전체를 전복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중심에서 밀려난 작고 사소한 것들이 중첩될 때 발생하는 내러티브 한 에너지를 가시화한다. 또한 드로잉을 통한 정체성부터 결핍까지, 지구별 속 의미망을 가로지르는 시선은 인류학적이고 사회학적인 탐사로 이어진다. 관람객은 겹과 겹 사이, 그 형언할 수 없는 빈틈에서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일렁이는 존재의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결국 화면(畫面)의 중첩은 시각적 유희를 넘어선다. 그것은 찰나의 이미지를 붙잡으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시간의 흐름을 공간에 가두는 수행적 기록이다. 이 두터운 존재의 지도를 따라가며, 우리 각자의 삶 속에 중첩(重疊)된 ‘부분’들이 만드는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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