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빛과 바람 展 함미애 2023.4.20 THU - 2023.4.25 TUE


무위(無爲)와 기운생동의 절묘한 조화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희작초계도(戲作苕溪圖)>라는 그림을 그렸다. 초계란 고향집 앞을 흐르는 개천 이름이다. 그림은 남아있지 않지만, 고향마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아 서툰 붓질로 그림을 그렸다는 내용의 시(詩)가 전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림 제목에 들어 있는 ‘희작’이다. 희작이란 옛 문인들이 사소한 것에 흥을 일으켜 즉흥적으로 시도한 유희적 성향의 그림을 말한다. 심오한 예술세계를 추구하기 보다 시험 삼아 재미로 그린 ‘놀이’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의 작품을 겸허하게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함미애의 그림에서는 옛 문인들이 붓 가는 대로 그린 희작의 면모가 엿보인다. 실제로 그의 그림에서는 특정한 소재 자체가 아니라 대자연의 운율이 느껴진다. 의지로 그린 것이 아닌 음악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붓질, 그것은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무위’의 경지에 가깝다.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힘을 가하여 억지로 하지 않는 행위(doing by not doing)를 말한다. 한마디로 자연의 운행 원리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듯 보이나 이루지 않은 것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림은 바로 그 사람’이라는 옛말처럼, 함미애의 그림에는 삶의 모습이 온전히 녹아있다. 산에 들어가 혼자서 수행하며 도(道)를 이룰 수도 있지만, 진정한 도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삶의 태도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런 삶을 살았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작업했다. 문득 궁금하다. 오랜 세월 동안 날마다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음에도 서둘러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발효의 시간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발효란 존재가 변화되는 작용이다. 내면의 발효는 작품의 변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경력이 아니라, 발효의 과정을 견디는 인내일 것이다.

이렇듯 작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 표현한 작품에서 우리는, 빛과 바람과 종교적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이 모든 것 너머에 있는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고자 했던 그의 창작 태도이다. 결과적으로 함미애가 도달하고자 했던 경지는 동양의 궁극적 예술 이념인 기운생동(氣韻生動), 즉 막힘없는 붓질에서 빚어진 생동감과 순수하면서도 숙성된 기품 바로 그것이다. 발뒤꿈치를 들고 오래 서 있기는 힘든 법이다. 땅에 발을 딛고 하는 놀이는 힘들지 않듯이,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즐거운 ‘희작’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기 바란다.

-김정숙 (미술사학 박사)-


Edge of Time, mixed media on canvas ,122cm×61cm, 2022








봄, mixed media on fabric. 150cm×350cm×70cm 가변설치 부분, 2023 & Gratitude, mixed media on canvas ,76cm×100cm 부분, 2017




봄,mixed media on fabric, 150cm×350cm×70cm, 가변설치 부분, 2023














함미애



개인전

2023 함미애 초대전 Gallery L'Onyx ,몬트리올

2022 빛은 그곳에 있었다 함미애 초대전 Hatch Gallery of Contemporary Art ,토론토

2020 그럼에도불구하고 Nevertheless 함미애 초대전 세종호텔갤러리 ,서울

2019 즐거운구도자 A Delighted Seeker 함미 애 초대전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서울

1997 비익조 Flightless Bird 함미애초대전 나 고야 시민갤러리 ,나고야

1996 변화와 합일 Transformation And Amalgamation함미애초대전 종로갤러리,서울

단체전

2023 Onset of Spring 류지선 정상곤 함미애

Beka Gallery ,서울 외 110여회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