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3부터 7월 29일 까지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류지영 개인전이 열립니다.
바람-소리 전
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며 주관과 객관의 관계 안에서 파악되는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서의 ‘의’이며 이러한 ‘의’에 대한 사유는 ‘사의성(寫意性)’이라는 동양 미술만의 특수한 정신적 경지로서의 미술 양식을 만들어왔다. 철학자 크리스테바(Kristeva, 1985)는 헤겔의 부정성 즉 자신 스스로의 위치를 뒤흔들어 다른 것으로 건너가려는 움직임 그리하여 공간에서 새로운 주체성을 만들어내려는 성질, 이를 이용하여, 무엇인가를 가로질러 넘어가게 하는 움직임, 주체란 고정되는 것이 아니며 변환하는 주체 trans-subject로 만드는 것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주체란 과정으로 존재하며 어떤 상황이나 움직임에 개입하는 것으로서 그 순간에 생성되는 주체를 말한다. 통일성을 가질 수도 없으며 움직임과 과정 그 자체에 위치하는 것으로 순간적이며 이질적으로 존재한다. 류지영의 작업에서는 흔들리는 움직임이 존재하지만 이는 영속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관과 객관 사이에서 관계맺는 주체로서의 흔들림이다.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주체이자 객체이며 끝없는 자리바꿈, 해체와 변환을 통해 또 다른 존재로 변모해가는 나 자신, 관계맺음의 대상으로서의 자신과 타자, 개인과 개인의 범주를 넘어 자연, 그리고 우주와 같은 저 너머의 존재와의 합일을 지향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 과정은 주체로서의 자기자신이 사라짐에 의해 존재가 획득되는(Zizek, 1991) 존재의 상실과 지속성이라는 양의성에 대한 환상을 연상시킨다. 이는 양 방향사이의 분절적인 한편으로 초월적인, 합일을 향한 과정 안에서‘되어가는’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을 상징하는 자연의 소리이며 이는 때로는 사람으로, 때로는 풀잎으로, 바람으로, 더 큰 자연과 나아가 우주에 이르는 소리와 울림으로 마치 공명하는 진동처럼 나타나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듯이 보인다. 흔들리는 잎들과 공간들은 화면을 넘어 의경(意景)을 완성시키는, 관조를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또 다른 공간을 암시한다. 그리하여 ‘의’는 심적 표상이면서 또한 거대한 진동을 암시하는 하나의 기표로서, 앞서 말한 사의성을 완성하는 존재와 대상의 본질을, 풀잎과 자연은 수면에 나타날 듯 사라지는 어렴풋한 형상과 한때 색을 가졌으나 지금은 아닌, 흐릿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내면으로부터 일어난 바람을 암시하며 마치 우리 자신을 투영하는 복합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 마음-소리로.
<작품 이미지>
<오시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