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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주초대전 "모퉁이몽(夢)" 2019.11.22 - 12.04


조은주 초대전

모퉁이몽 (夢)

2019.11.22 - 12.4

들꽃, 53x40.9cm, acrylic on canvas, 2019

장난감에 숨긴 마음

나의 할머니는 멋진 풍경을 보면 ‘그림 같다‘ 하셨다. 사실적 장면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을 때 그렇게 말씀하신 듯하다. 조은주의 그림을 보며 할머니를 떠올렸다. 얼핏 사진처럼 묘사된 화면은 얼른 그림인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겹쳐진 이미지들은 친숙하게 본 장면들이지만 상이한 배치로 생경한 풍경을 만든다.

한 때 사실적인 묘사로 그린 작품을 추상화에 비하여 다소 시대에 떨어진 것처럼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후 그림에 대해 알아갈수록 드러난 형식으로만 그림을 구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화면에 담긴 내용에 따라 사실적인 그림이라도 추상일 수 있고 추상이라도 내적인 사실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풍경들은 오롯이 내면을 나타낸 추상적 자화상이다.

그림 속 장난감 기차는 먼 바다, 혹은 하늘을 바라본다. 원래 바다를 좋아했는데 특히 수학여행으로 갔던 경포대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 했다. 서해와 다르게 탁 트인, 끝없는 푸른빛을 보았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했다. 그 기억은 삶에서 힘들 때 마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바다와 하늘은 닿을 수 없지만 형태만 다를 뿐 같은 물질이다. 바다는 물이고, 물이 변하여 올라간 수증기는 하늘의 구름으로 존재한다. 절대 만날 수 없어도 그들의 본질은 같다. 마치 서로 거울을 바라보듯 공존한다. 이 그림 안에서 물체들의 만남이 이렇다. 모순된 상황 대치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마루에 흘린 물에서 풀이 자라고 하늘이 담긴다. 낡은 장식장은 바다와 하늘을 품었다. 건물에 매달린 하수구 파이프에서는 벚꽃 잎이 쏟아진다. 있을 수 없는 상황들이 만나 이상향을 향한 욕망을 표현한다.

이러한 욕망을 꿈꾸는 장난감 기차는 작가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것들이다. 1차적으로 생각할 때 아이들과 보낸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이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낡은 장난감을 볼 때 마치 ‘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거나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 문을 밀고 큰 세상으로 더 나아가고 싶고 힘차게 바퀴를 구르고 싶지만 장난감 기차는 스스로 움직일 힘이 없다. 굴러갈 레일도 없다. 누군가 밀어주어야만 가능하다. 또 다른 그림 〈강아지풀〉(2019)에서 보면 계단 틈 사이 강아지풀이 거의 말라가며 서 있다. 문 너머 하늘을 바라볼 뿐이다. 누군가 뽑지만 않는다면 다행인 잡초일 뿐이다. 이런 부분에서 왠지 소심한 내적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다, 구름, 열려진 문, 장난감 등과 같은 요소들은 도상학적 상징처럼 작용한다. 단어가 조합하여 새로운 문장을 이루듯 부분 이미지가 모여 화면을 완성한다. 오브제들은 연결되지 않는 듯 하지만 각 의미가 꿰어져 작가의 내면적 성장, 희망,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 설명하는 자전적 이야기를 만든다. 화면을 따라가 읽다보면 그림 전체가 말하고 싶은 욕망이 보일 것이다. 이제 장난감 기차에 너무 시선을 빼앗기지 마시라.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더 큰 세계다. 그곳은 작가가 절대 잊지 않은 꿈과 희망, 바로 그림에 대한 애착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화면에 조심스레 꺼내본다. 소리 내어 크게 말하지 못했지만 비켜서지도 않은, 강아지풀처럼 마음자리를 지켜온 그 애정을 이제야 선보인다. 더 숨길 수 없어 나아가는 마음에 응원을 부탁드린다.

이주리 (미술사)

강아지인형1, 65x90cm, acrylic on canvas, 2019

조은주 Cho Eun-Joo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동 대학원 회화과 (1999-2000)

개인전

2019 아트스페이스 퀄리아 (서울)

2011 갤러리소사 (부천)

1999 다다갤러리 (서울)

단체전

2019 창의문의 뜰 (한옥카페갤러리)

2017 WE NOW 사제동행전 (토포하우스갤러리)

2016 숙명여자대학교 창학 110주년 미술대학 동문전 (청파갤러리, 문신미술관)

2013 Mut전 (팔레 드 서울)

2011 ART & ADDICTION (갤러리 화봉)

2011 숙명 창학 105주년 기념 숙명미술제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강아지풀, 100x72cm, acrylic on canva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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