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2019.2.28~3.6시각의 기억 Visual reminiscence

 

박소희(미술비평,조형예술학박사)

“ 예술은 그 자체가 진화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 그 변화 된 개념으로부터 다른 표현 양식이 나올 뿐이다 .” 라는 피카소의 말처럼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재료와 기법은 고도화된 산업 발전에 의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는 작가들이 자신의 개념과 재료적인 의식으로부터 해방됨과 동시에 자유로움의 동반되어졌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은 천으로 콜라주를 만드는 조형적 작업이다. 한국적 정서로 일상과 회화의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천과 바느질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삶과 사회를 표현하는 예술로 전개하였다. 작가는 천 작업과 관련한 그녀의 작업은 매일매일 돌아가는 일상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어머니의 그리움을 표출한 것이다. 그 그리움은 어머니와 함께 옷을 짓고 이불을 꿰매는 일상적인 행위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맞닥뜨린 상실감과 불안감이 지나간 자리에 불현듯 시간을 가로질러 펼쳐지는 자신의 기억을 말한다. 그녀에게 기억은 소멸이 아니라 사라진 곳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또 다른 의미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신의 사고와 감수성과 행위가 두 일치 하는 은밀하고도 놀라운 일체감을 체험 했으며 한 것이다. 묻어 두었던 그 숱한 기억들과 아픔, 삶의 애정 까지도 그 안에 내포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묘한 향수 이든 것들에 작가 자신은 완전히 매료되었다. 작가의 작업은 실존적, 본질적 여성미학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준다. 헝겊을 자르고, 꿰매고, 그 위에 왁스를 칠하고, 그 위에 또 그림을 그린다. 그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매체적 실험을 통해 그녀는 규화된 미술의 재료적 표현과는 다른 자유분방하고 개방된 양식을 개발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릇은 인류가 오랫동안 '담음'이라는 기능을 위해 선택해온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표피적으로는 삶의 필수조건인 의식주, 그 중에서도 식생활과 연결되어 있다. 예로부터 생활 속에서 살아감의 복됨과 미학을 반영할 수 있는 직접적인 대체물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작가는 헝겊을 자르고, 바느질해서 그릇 형태를 변형 혹은 조합하여 그릇의 형태를 새롭게 만든다. 실존하는 사물로서 그릇이 품고 있는 부피와 공간의 문제를 추상개념으로 환원하려는 조형적 시도를 했다. 그리고 재료, 기법, 다양한 효과를 새로운 미학으로 견인하려는 목표를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어느 정도 구축한 듯하다. 작가는 이렇게 만들어진 변형된 그릇들의 설치 작업을 통해 생명소통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한 맥락에서 작가의 평면작업 역시 비전통적 재료와 기법에 의해 창출된다. 헝겊을 자르고, 꿰매고, 그 위에 왁스를 칠한 화폭 위에 콜라주하거나 채색 또는 드로잉을 하여 일종의 변형 캔버스를 만든다. 마티스는 안락의자처럼 편안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도 했다. 아마도 색깔을 매개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작가의 그림에서 색깔은 건강한 생명력의 무한분출과 자기실현을 떠올리게 한다. 즉 우리 삶 속에 그 무언가 뭉클한 감동과 기억, 슬픔과 치유를 경험케 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색깔은 한눈에도 우리의 전통적인 기원을 떠올리게 한다. 오방색에 바탕을 두고 이를 변주한 것 갔다. 알다시피 우리의 전통적인 오방색은 우주를 상징하고, 존재를 상징하고, 세계를 상징한다. 작가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거침없는 붓질들, 현란한 색대비가 두드러져 보이는,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은 색깔들, 타시즘을 연상시키는 흩뿌려진 색점들, 물길을 따라 번져나가다 멈춘 비정형의 자국들, 붓질과 붓질이, 색깔과 색깔이 서로 부닥치면서 그어놓은 경계들, 그리고 자국과 자국이, 얼룩과 얼룩이 서로 스미면서 지워진 경계와, 그렇게 생성된 중간 계조의 색조가 무분별하게 어우러진 작가의 그림은 한눈에도 추상표현주의를 연상시키고, 액션페인팅을 연상시킨다. 또한 작가는 생전에 보여주셨던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사랑과 지혜의 가르침들, 그리고 어머니와의 추억의 흔적과 작가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픈 소중한 기억들을 담아내는 작업을 이번 전시에 표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추억들을 그녀만의 조형언어인 변형된 천 그릇, 투박하면서 섬세한 붓 터치로 점, 선, 면의 형이상학적인 공간이 있다. 그 안에 자연과 밝고 건강한 에너지의 기운을 담아낸 생명소통의 다리와 같은 작품들을 전시를 통해 아낌없이 방출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