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어머니가 땅 속에 묻히시던 날 눈이 내렸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던 함박눈이, 그리고 눈 사이로 햇볕이, 다시 눈이, 그러다 날이 환하게, 마치 무덤에 조명을 비추듯... 그 날 이후 캔버스에 성서를 필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씨를 거꾸로 거울로 봐야 바로 볼 수 있게 서서히 한자 한자 써 나갔습니다. 글씨가 굳고 마티에르가 생긴 화면 위에 그렸습니다. 엄마 잃은 아이처럼 서럽게 울다가 붓을 잡고 다시 울었습니다. 작업내내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구노의(아베마리아),에릭 사틴의 (짐노페니)를 들었습니다. 비등점 같았던 슬픔들이 몸밖으로 빠져 나와 흐르다. 어느새 벽지 같은 겸손한 배경이 되어갑니다. 배나무 작가일기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