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 초대전 2017 .10 .10 - 2017.10.16

김호준 초대전

2017 .10 .10(The) ▶ 2017.10.16 (Mon)

초대일시 2017. 10. 10. (Tue) pm 5 : 00

주최 아트스페이스 퀄리아

서울시 종로구 평창 11길 41 (평창동 365-3)

T. 02-379-4648

http://soo333so4.wixsite.com/qualia

김호준

199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2002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2008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 수료

인천평화미술프로젝트, TRI-UNITY, 10인의 물질적 공간전,

부산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외 다수의 단체전

8회의 개인전

1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파주출판단지 레지던시 입주작가

임성훈 (미학박사)

이미지의 숨바꼭질

그림은 무엇을 재현한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재현될 수 있는가? 김호준의 그림은 이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는 그림이다. 그의 이미지들은 드러나면서도 동시에 숨겨진다. 치 숨바꼭질을 하는 이미지처럼 드러나고, 숨겨지고 , 다시 드러나고, 또다시 숨겨지는 순환이 반복된다. 이렇듯 드러나는 것과 숨겨지는 것이 상호 교차하여 형성된 이미지는 재현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근원을 숨겨져 있는 것이 드러나는 것에서 찾고 있다. 그렇게 드러난 것이 다시 숨겨지는 과정에서 비로소 존재한다.

심연, 50호, acrylic on canvas, 2014

기억의 적층(積層)으로 재현된 이미지

임성훈(미학, Ph. D.)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구속적인 행위이다. 흔히 그림을 그리면서 자유를 누린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자유도 지난한 작업의 한 결과로 생겨난 것이다. 그림은 자유과 구속 사이에서 빚어진 삶의 형식들이다. 김호준의 그림도 그렇다. 얼핏 보면 그의 작품은 유연한 붓질로 형성된, 자유로운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이내 그 자유만큼이나 많은 구속과 제약 속에서 이미지가 제시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구속과 제약이란 말은 그림을 그리는 데 따른 어떤 계획, 달리 말하자면 어떤 예술적 의도를 뜻한다. 실상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예술적 계획이나 예술적 의도는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나 김호준의 그림에는 결코 도식적인 계획이나 의도가 상정되어 있지는 않다. 이런 점에서 그의 그림에 나타난 의도란 “의도하지 않은 의도” 혹은 “우연적인 의도”이다.

우연적인 의도에 따른 하나의 이미지는 또 다른 이미지를 불러온다. 여기에는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의 능동성과 ‘그림이 그려진다’라는 수동성이 절묘하고도 섬세한 방식으로 교차된다. 이는 김호준의 작품 전체에 반영되어 있어, 그가 그리는 이미지는 정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적인 느낌을 강하게 준다. 또한 화면의 이미지에는 무엇을 그리겠다는 자의식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또 다른 이미지들을 연결하는 장소가 된다. 그곳에서 이미지의 무한한 변용이 이루어지고, 그 변용은 기억을 재구성한다.

문화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기억은 일종의 저장 개념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저장되어 있는 어떤 것을 꺼내어 오는 것, 불러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호준은 기억의 저장소에 있는 것들을 다시 불러내어 이미지로 구축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캔버스에 기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면서 층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기억의 적층(積層)’에 따라 이미지는 재현된다. 김호준이 제시하는 기억의 적층으로서의 이미지는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다만 몇 가지 관점, 즉 회상적 이미지, 이미지의 숨바꼭질, 매체적 구상력, 반복의 미학 그리고 생명의 이미지에 주목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인어, 60호, oil & acrylic on canvas, 2014

회상적 이미지

김호준의 작품에 나타난 이미지들은 무질서한 가운데서도 어떤 질서를 갖고 있다. 필연성보다는 우연성에 따라 그려진 이미지이지만 이른바 ‘무질서의 질서’라는 조형의식이 근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면 전체적인 이미지는 감성적인 것에 대한 동경과 더불어 지적인 것에 대한 모색을 보여준다. 아마도 김호준은 작업을 하면서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이나 뒤로 물러나 자신의 그림을 관찰했을 것이다. 무질서의 질서의 이미지는 화면에 마치 흔적인 것처럼 남겨져 있다. 무엇인가를 재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저 무심히 남아 있는 어떤 기억의 흔적들로서의 이미지가 화면 곳곳에서 적층을 이루고 있다. 마치 책상 서랍에서 한 장의 낡은 사진이나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 빛바랜 엽서를 꺼내어 들여다 볼 때 떠오르는 회상적 이미지가 형성된다. 그러기에 관람자는 이러한 기억의 적층으로서의 이미지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의 적층들은 섬세한 이미지를 형성하기도 하고, 압도적인 이미지로 변용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관람자를 화면속으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화면 밖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이미지의 숨바꼭질

그림은 무엇을 재현한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재현될 수 있는가? 김호준의 그림은 이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는 그림이다. 그의 이미지들은 드러나면서도 동시에 숨겨진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이미지처럼 드러나고, 숨겨지고, 다시 드러나고, 또 다시 숨겨지는 순환이 반복된다. 이렇듯 드러나는 것과 숨겨지는 것이 상호 교차되어 형성된 이미지는 재현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하이데거(M. Heidegger)는 예술작품의 근원을 숨겨져 있는 것이 드러나는 것에서 찾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드러난 것은 다시 숨겨진다. 이렇듯 예술작품의 진리의 계기란 숨겨진 것이 드러나고, 그렇게 드러난 것이 다시 숨겨지는 과정에서 비로소 존재한다.

매체적 구상력

김호준의 회화는 매우 견고하면서도 밀도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성은 상당한 기간 동안 다양한 매체를 실험해 온 결과일 터이다. 판화, 조각, 미디어 등을 통해 매체의 구상력을 끊임없이 모색해왔고, 그러한 모색의 결과가 평면 작업에 적용되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적용은 기법적인 적용이라기보다는 정신적인 적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김호준은 단순히 이미지를 평면에 구현한다는 식이 아니라 매체적 구상력을 평면에 실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는 회화 작가 중에서는 드물게 매체에 대한 자기이해를 평면에서 표현하고자 시도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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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의 미학

반복이 주는 이미지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회화에서 지속되는 반복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이미지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반복은 인내를 요구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작가는 기꺼이 이러한 반복의 미학을 캔버스에서 재현하고자 한다. 반복은 역설적으로 상당한 변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반복의 이미지는 무엇인가를 잊게 만들면서 동시에 무엇인가를 새롭게 떠올리게 한다. 또한 반복의 틈 사이에 이루어진 예술적 공간은 일상의 편린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품에 나타난 반복성은 강박관념이 아니라 상상력의 힘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생명감의 차원으로 고양되고 있다. 반복은 생명이다. 반복이 중단되면, 그의 작품에서 이미지들은 분리되고 화면 전체는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생명의 이미지

김호준은 일상적인 풍경-이미지가 아니라 일종의 유닛(unit)들을 연결한 풍경-이미지를 보여준다. 화면의 유닛들은 우연적이거나 혹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억지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하지 않는다. 풀, 바람, 꽃, 바람 등과 같은 예술적 유닛은 화면 전체에 생명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특히 포자(胞子)는 생명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화면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포자의 이미지는 원시적이며 상징적일 뿐만 아니라 미술의 정신성을 드러내고 있다. 생명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말라 비틀어져 흩어져야 하는 비극적이면서도 환희에 찬 포자의 이미지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생명의 층위를 보여준다.

김호준의 그림을 보면서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을 여기에 적어보기는 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이야기는 많이 있다. 남아 있는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은 오롯이 관람자의 몫이다. 이제 기억의 적층으로 재현된 이미지, 그 떨림이 막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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