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생생전 ( 적적성성(寂寂惺惺) 06.18~07.01
- soo333so4
- 6월 18일
- 2분 분량

삼각산이란 명칭은 일제강점기 때 붙여진 ‘북한산’이란 명칭에 앞선 원조적 명칭이라 하겠다. 봉우리에 진입하면
하늘과 맞닿은 적멸의 신비로운 공간이 펼쳐지고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 든다.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티끌 같은 세상 속 부질없는 욕망은 덧없다. “이제 먼지 같은 속세의 욕망을 끊고자 하니/ 즐거움도 없고 슬픔 또한 없다네”라는 추사의 문구가 새삼 가슴을 울린다.
그 신비로움을 어떻게 담아낼까?
명산 명승지는 역사 대대로 시서화(詩書畵)를 즐기는 선비들의 주요 주제였다.이제 박수현 대표의 기획에 의해 ‘삼각산’이 라는 주제가 현대에 다시 되살아났다. 명산대천 삼각산의 신비로움을 과연 어떻게 화폭에 담을 수 있을까? 삼각산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모였다.
베테랑 중견 작가들의 향연
먼저, 이정원 작가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대담한 조감도식 구도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런데 다가가서 보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수천 수백 개의 미세한 결의 콜라쥬로 산세를 완성하였다. 멀리서 보면 자칫 덩어리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해체되어 보여 고대 그리스의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만물유전(모든 것은 변화하고 흐르고 있다)’의 본질적 철학을 구현하고 있다. 임진성 작가는 금니(金泥: 금가루를 아교에 풀어 만든 안료)를 사용하여 작품을 완성하는데, ‘금니 산수화’의 전통은 조선 전기에 이상좌 및 이징 등에 의해 잠시 유행하다가 중기 이후로 전통이 끊어진 장르이다. 금니 산수화의 전통을 거의 유일무이하게 잇고 있는 임작가는 금색 하나만의 농담으로 몽환적인 산수를 구현해낸다. 표현주의적 성향의 김호준 작가는 색채를 쓰는 데 있어 보색대비에 뛰어나 색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진희란 신진작가는 농묵을 쓰는데 있어 맑음이매우 돋보이는 참신한 내공의 소유자이다. 민정기작가의 산 그림은 '관조하는 산수' 라 하겠다. 묘한 초현실주의가 느껴지는 (자신의) 인물화와는 사뭇 다른 , 객관적이고 담담한 '관조 산수'가 감상자로 하여금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박수현작가의 북한산 풍경에는 빛이 있다. 빛의 음영으로 산봉우리의 괴체감이 살아나 그 웅장함이 생생히 전달된다. 이동협작가는 붓터치로 풍경을 (그렸다기보다) 쌓아올려 구성하였다. 발전된 포인틸리즘 기법으로 시공을 초월한 아득한 공간을 자아낸다.이번 기획전의 작가들는 근대와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아쉽게도 이들 작가 세대 다음에는 AI가 그림을 그리는 세대로 대체될지도 모르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 있다. 더 이상 작가만의 개성있는 손맛과 깊이, 통찰과 감수성을 화폭에서 기대할 수는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삼각산’이라는, 이제는 전무후무한 주제가 될지도 모를, 소중한 전시의 향연에 관람자님을 초대합니다.
강소연 (중앙승가대학 교수) 적적성성(寂寂惺惺) -삼각산, 마음의 본향(本鄕) 글 중 발췌)





이정원 삼각산_ 91×91cm _mixed media on canvas 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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